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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후 은퇴하면 여기에 묻혀 살 것”… ‘한국적 수도원 운동’ 펼치는 강문호 갈보리교회 목사

샬렘하우스주방장 2016. 8. 20. 21:51

“3년 후 은퇴하면 여기에 묻혀 살 것”… ‘한국적 수도원 운동’ 펼치는 강문호 갈보리교회 목사

입력 2016-08-15 20:41

“3년 후 은퇴하면 여기에 묻혀 살 것”… ‘한국적 수도원 운동’ 펼치는 강문호 갈보리교회 목사 기사의 사진
서울 갈보리교회 강문호 목사는 “초대교회 수도원 영성인 청빈과 말씀 묵상으로 한국교회가 회복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강민석 선임기자
“3년 후 은퇴하면 여기에 묻혀 살 것”… ‘한국적 수도원 운동’ 펼치는 강문호 갈보리교회 목사 기사의 사진
<충주 폐교에 조성 중인 봉쇄수도원>

서울 광진구 능동로 갈보리교회에는 이 교회 담임인 강문호(67) 목사 전용 기도실이 있다. 그런데 교인 대다수가 이 기도실의 존재를 모른다. 기도실에는 길이 2m, 폭 60㎝ 정도인 직사각 형태의 나무 상자가 설치돼 있다. 강 목사의 관(棺)이다. 그는 가족들에게 자신이 죽으면 이 관을 사용해달라고 했다. 강 목사는 1년에 두 차례 이곳에 들어가 눕기도 하고 밤새 기도한다.

지난 11일 교회 목양실에서 만난 강 목사는 “관은 3년 전 (기독교대한감리회) 감독회장 선거에서 사퇴한 직후 설치했어요. 매년 1월 1일은 관 속에 누워서 주님을 묵상합니다. 하나님 앞에서 무엇을 자랑할 수 있겠어요?”라고 했다.

당시 강 목사는 감독회장 선거에 나섰다가 금권선거 의혹 등을 제기하며 스스로 물러났다. 과도한 부담금과 만연된 돈 선거 등이 사퇴 이유였다. “다 내려놓으니 비로소 기독교 영성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특히 수도원운동에는 지금 한국교회의 부족을 채울 수 있는 뿌리 깊은 영성이 담겨 있어요. 거룩하고 청빈한 신앙이지요.”

강 목사는 성막과 요한계시록 전문가로 유명하다. 저술 활동도 왕성해 지금까지 120권이 넘는 저서를 펴냈다. 그런데 상당수 책을 수도원에서 썼다고 한다. “유럽 부흥회에 갈 때마다 수도원에 들렀는데 그때마다 책을 썼다”고 했다. 그는 ‘베네딕토 규칙서’를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았을 정도로 수도원 전문가다. 현재 한국교회 실정에 맞는 ‘수도원 규칙서’를 만들고 있다.

강 목사는 지난달 이스라엘을 방문했을 때도 수도원 기행에 나섰다. 300여개의 이스라엘 내 수도원 중 91개를 방문했고, 이 중 43개 수도원에 대해서는 심도 있는 조사를 마쳤다. 그는 “종파마다 수도원을 운영하면서 자신들의 신앙 정수(精髓)를 지키고 있었다. 신앙의 깊이가 탁월하다”고 말했다.

그리심산 수도원에 올라갔다가 예수님이 나사렛에서 예루살렘까지 걸었던 거리가 151㎞였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한국에 돌아와 갈보리교회에서 충북 충주에 있는 ‘충주봉쇄수도원’(가칭)까지 거리도 이와 같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지난달 말 예수님의 도보 순례를 실천하기 위해 충주까지 151㎞ 거리를 동료 목회자 5명과 함께 하루 14시간씩 3일 동안 걸었다.

충주봉쇄수도원은 강 목사가 한국적 개신교 수도원 운동을 위해 3년 전부터 준비해온 곳이다. 올 초엔 충주 낙천면의 폐교를 구입, 시설도 마련했다. 이미 강 목사와 함께 봉쇄수도를 약속한 지원자가 22명, 무소유를 약속한 신자도 100여명이 넘는다고 한다. 강 목사는 3년 후 은퇴하면 곧바로 봉쇄수도원에 들어갈 예정이다.

수도원에는 5가지 종류가 있다. 첫째는 수도사 혼자 지내며 묵상하는 독거수도원이다. 둘째는 수도사들이 공동생활을 하는 공주(公住)수도원이고, 셋째는 수도사들이 한번 들어가면 나오지 않는 봉쇄수도원이다. 넷째는 기둥 위에 올라가 내려오지 않고 수도하는 주상(柱上)수도원, 다섯째는 청빈한 삶을 살았던 프란체스코로 유명한 탁발수도원이다.

그가 봉쇄수도원을 하려는 이유는 세 번의 죽을 고비가 있었기 때문이다. 1951년 1·4후퇴 당시 고향인 황해도 해주 집에 폭탄이 떨어져 강 목사만 살아남고 가족들이 모두 사망했다. 강 목사는 어머니 품속에 있었다고 한다. 베트남전에 참전했을 때도 죽을 위험을 넘겼다. 맹장염인지도 모르고 부흥회를 인도하다가 겨우 살아난 적도 있다. 6시간만 늦었으면 목숨이 위중할 뻔했다. 그의 수도원 운동은 이러한 경험에서 비롯됐다.

“지금 한국교회는 성장과 축복이라는 줄기는 있지만 그 바탕이 되는 뿌리는 없습니다. 뿌리란 헌신과 청빈, 거룩성과 나눔 등의 수도(修道)신학을 말합니다. 이는 로마 가톨릭 영성이 아니라 기독교 초기에 왕성했던 신앙 형태입니다. 이 신앙을 오늘에 복원해 위기의 한국교회를 살려보자는 겁니다.”

강 목사는 “개신교 수도원 운동은 의식과 예식 중심의 가톨릭과 달리 말씀이 중심이라는 게 특징”이라며 “‘오직 예수’를 추구하면서 성경을 사랑하라는 수도원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스라엘 성묘수도원에서 만난 한국인 수도사 이야기를 전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그의 유일한 희망은 광야를 걸으면서 아무도 모르게 죽는 것이라고 합니다. 입고 있던 수도복이 그의 유일한 소유물이었습니다. 수도복은 평상복이자 예복이자 수의(壽衣)였습니다. 이런 목회자들을 많이 만났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