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ctio_News

[국민일보] 세상 속으로 찾아가는 ‘새로운 교회’, 국내에 맞게 적용해야

샬렘하우스주방장 2019. 6. 29. 12:13

세상 속으로 찾아가는 ‘새로운 교회’, 국내에 맞게 적용해야

영국 FX 운동 리더들 내달 내한, 포럼·워크숍·좌담회에 즈음하여

 


 

2017년 6월 영국 웨스트런던 켄싱턴에 있는 24층 높이의 임대아파트 그렌펠타워에서 대형 화재로 8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피해자들을 위로하기 위해 같은 달 17일 주일 FX성도들이 화재 현장에서 예배를 드리는 모습. 황성주 회장 제공
 


 
교회를 떠난 사람들만을 위한 교회, 비신자를 위한 교회, 기존 교회에 반항하거나 무관심한 청년들을 위한 새로운 교회가 오고 있다.

‘신선한 표현(fresh expression)’이라 불리는 교회 공동체로, 이 플랫폼은 ‘선교형 교회(mission-shaped church)’로도 불린다. 이는 지역의 교회 건물에서 모이는 고정된 교회가 아니라 네트워크 중심으로 공동체 예배를 드리는 이동형 교회이다. ‘일정한 장소와 제도 속으로 오라’는 교회가 아니라 ‘찾아가 함께 공동체를 이루는’ 교회이다.

카누를 함께 즐기며 모인 젊은이들, 등산이나 사이클 타기를 같이 하는 젊은이들이 장소와 시간을 초월해 만나 삶을 나눈다. 가정에서도 야외에서도 카페에서도 어디서나 모인다. 어른들은 요리 모임, 뜨개질 모임, 스포츠 모임, 봉사활동 모임으로 모인다.

사역자는 이들을 찾아가 먼저 경청함으로 친구가 되고, 사랑과 섬김으로 그들의 문화 속으로 뛰어 들어간다. 아름다운 친교 공동체가 형성되면 친구들이 몰려온다. 하나같이 사랑에 굶주리고, 참된 진리를 추구하는 구도자들이다. 사역자들은 그들의 영적 필요를 채워주며 복음과 제자도를 소개한다. 강의실에서의 제자훈련이 아니라 라이프 코칭 형태로 이루어지고 삶을 통해 성경 말씀이 전달된다. 신앙이 성장하면서 그들의 상황과 문화에 맞는 예배가 시작된다.

필자는 2017년 6월 런던을 방문했다가 이 충격적인 교회공동체를 경험한 적이 있다. 바로 FX 교회가 런던의 한 교회 건물을 빌려 진행한 예배에 참석한 것이다. 예배를 사모하는 젊은이들이 지하 휴게실에 간단한 음식을 차려놓고 1시간 친교의 시간을 보냈다. 등산복 차림의 젊은이,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젊은이 등 다양한 이들이 있었다. 밝고 아름다운 모임이었다.

이후 1층 예배당에서 30분 정도 찬양 시간을 가졌다. 메시지는 젊은이들의 간증으로 시작해 간증으로 끝났다. 같은 상황(context)에서 은혜를 체험한 성도가 다른 성도에게 전하는 체험적 메시지였다. 사역자는 따로 설교하지 않았다. 사회만 보고 전체 모임을 조용히 지켜봤다. 이후 SNS와 화상 통화 등을 통해 필요한 설교나 강의를 개인적인 필요에 맞춰 보내는 식으로 양육하고 있었다.

이 새로운 플랫폼은 성도 수의 급격한 감소로 내리막길을 가는 영국 성공회가 교회개척(복음전파)을 선교로 파악한 후 신중하고 사려 깊게 연구한 것이다. 교회는 선교공동체로서 시대와 상황에 맞게 불변의 복음을 해석하고 전파해야 하며 하나님 나라의 가치를 선포해야 한다. 오늘날과 같은 소비형 사회에서 선교의 주요한 과제는 복음의 성육신이다. 그래서 FX의 정확한 명칭은 ‘변화하는 상황에서 교회 개척(복음 전파)과 교회의 새로운 표현’이다


2000년대 초반 영국의 상황은 지금 한국과 매우 유사했다. 인구 증가는 정체됐으나 가구 수, 특히 독신자 가구 숫자가 현저히 늘었다. 사람들은 임금을 덜 받더라도 여가를 확보하고자 했다. 특히 일요일은 가족을 위한 시간이었다. 스포츠와 취미활동이나 여행도 일요일을 포함한 주말에 이뤄졌다. 이혼율의 증가에 따라 이혼가정 자녀들의 부모방문이 주로 주말에 이뤄졌다. 고정적으로 교회에 출석하는 성도들이 감소했다. 청년들은 따스한 영성(예수님)을 추구하지만 딱딱한 종교성(제도 교회)이 싫어 교회를 떠났다. 교회 쇼핑 현상이 생겨났다
이는 교회를 떠난 가나안 성도가 200만명에 육박하는 한국의 현실과도 매우 유사하다.

그래서 영국 성공회는 오랜 연구조사 끝에 새로운 상황과 문화에 맞는 새로운 플랫폼 교회를 출범시켰다. 이것이 FX다. 이미 2000개의 성공한 모델이 존재한다. 놀랍게도 이 교회들은 젊은이로 가득 찬다. 더 놀라운 특징은 기존 성도를 건드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철저하게 비신자이거나 교회를 떠난 사람들을 상대한다. 그래서 기존교회를 대체하는 게 아니라 철저하게 보완적이라는 평가를 듣는다.

FX는 영국 성공회를 넘어 미국의 감리교, 남침례교회 등으로 퍼지고 있다. 오랜 기간 성경적으로나 신학적으로 검증이 끝난 만큼 이제 문제는 이를 한국적인 상황에 어떻게 적용하느냐이다. 다들 한국교회는 미래가 없다고, 희망이 없다고 아우성이다. 오늘날 더 이상 교회로 오라는 전도방식은 통하지 않는다. 세상에 나가 그들에게 접근해 교회로 데려오는 방식의 전도도 이제 한계에 도달했다. 의사인 필자의 관점에서 봐도 한국교회는 노쇠했고 곳곳에 동맥경화 증상이 있고 부분적으로 뇌졸중 증후도 보인다. 이제 세상에 나가 그들과 함께 공동체를 세워 교회를 이룰 전략이 필요하다.

이 상황에서 단비와 같은 포럼과 워크숍, 좌담회가 열린다. 영국 성공회의 FX운동을 설계하고 FX팀 리더를 역임한 필립 포터 사제와 네트워크개발 이사 겸 신학과 실천 상담사로 FX를 섬기는 마이클 모이나 박사가 한국에 온다. 이들을 특별 초청한 것은, 지난 10여년간 한국에서 FX운동을 펼쳐온 다양한 사역자들을 격려하고 이 운동에 대한 한국교회의 이해의 폭을 넓혀나가기 위해서이다. 그들의 강의와 워크숍에 관심 있는 분들의 많은 참여를 바란다.

이번 콘퍼런스는 이 운동을 그대로 수용하자는 취지가 아니다. 한국에서도 새로운 교회의 존재양식을 본격 연구하고, 이 플랫폼의 확산을 폭넓게 논의해보고자 마련한 것이다. 한국교회는 현재 상황과 문화에 적합한 교회 모델을 개발하고 보급해야 할 절체절명의 순간에 서 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고 이제라도 함께 대비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