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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유총 사태’ 맞서 싸운 동탄비대위, 첫 ‘협동조합유치원’ 세운다

샬렘하우스주방장 2019. 12. 1. 16:53

‘한유총 사태’ 맞서 싸운 동탄비대위, 첫 ‘협동조합유치원’ 세운다

‘아이가 행복한 유치원’ 29일 설립인가 제출

입력 2019-11-29 04:04

‘한유총 사태’ 맞서 싸운 동탄비대위, 첫 ‘협동조합유치원’ 세운다 기사의 사진
‘아이가 행복한 협동조합’ 소속 학부모의 아이들이 지난달 16일 경기도 용인의 한 젖소농장에서 현장체험학습을 하고 있다. 협동조합은 29일 교육청에 민간 최초의 협동조합유치원인 ‘아이가 행복한 유치원’ 설립인가를 제출한다. 아이가 행복한 협동조합 제공
‘한유총 사태’ 맞서 싸운 동탄비대위, 첫 ‘협동조합유치원’ 세운다 기사의 사진


장성훈(37·사진)씨가 직장 사무실에서 쓰러진 건 지난 9월이었다. 병원으로 실려간 뒤 달려온 아내는 그를 붙잡고 펑펑 울었다. 그간 걸어온 고생길을 가장 잘 알아서였다. 의사는 장씨가 쓰러진 이유가 우울증성 공황장애라고 했다.


장씨는 그날 이후 상담과 약물치료를 병행하고 있다. 그의 오른쪽 귀는 스트레스로 생긴 중이염 때문에 잘 들리지 않는다. 지난해 이른바 ‘한유총(한국사립유치원총연합회) 사태’ 한복판에서 싸우며 쌓여온 울분과 상처를 그의 몸은 더는 감당하지 못했다.

그러나 장씨에게는 아직 할 일이 남아 있다. 장씨는 지난해 한유총의 본거지격인 경기도 화성시 동탄에서 주변 학부모들과 ‘동탄유치원 비상대책위원회’(동탄비대위)를 만들어 싸웠다. 올해 두 아이가 유치원에 갈 나이가 됐지만 사립유치원 사이 ‘블랙리스트’에 오른 그의 자녀를 보낼 곳이 마땅할 리 없었다.

장씨 등 동탄비대위 학부모들은 의기투합해 ‘협동조합유치원’을 세우기 위해 준비를 시작했다. 인가 조건을 모두 갖춰낸 이들 협동조합 구성원은 29일 유치원 설립인가를 제출한다. 새 유치원에는 ‘아이가 행복한 유치원’이라는 이름을 붙일 계획이다.

새 유치원은 민간에서 최초로 시도되는 협동조합유치원이다. 동탄비대위가 추진했던 ‘유치원 3법’이 패스트트랙에 오르며 국회 통과가 미뤄진 뒤 일단 학부모들끼리라도 이상적인 유치원을 만들어보자는 게 설립 이유 중 하나였다.

기존 사립유치원들과 차별화하기 위해 운영 1년 뒤 모든 회계자료를 공개하고, 조합원으로 가입하는 모든 학부모와 교직원에게 예산집행 의결권을 준다. 조기교육을 지양하고 식대 절약 없이 친환경 급식을 제공한다. 보육교사들에게도 높은 급여와 연가, 안식월 등을 준다. 원비는 일반 사립유치원의 2분의 1 수준이다.

인가신청이 이뤄지면 계획된 내년 봄 유치원 개원까지는 탄탄대로다. 이미 10여명의 지원자 가운데 서류심사와 면접을 거쳐 유아교육학 박사 출신 원장을 모셔왔다. 다음 달 초까지 진행되는 교사 선발에는 경쟁률이 현재까지만도 3대 1이 넘는다. 원아도 현재 최대치인 70명 중 50명 가까이 모집했다. 무난하게 다음 달 중순까지는 작업이 마무리될 전망이다. 내년부터는 원아 모집에 ‘처음학교’ 시스템도 적용할 수 있다.

여기까지 오는 데 장씨를 포함한 학부모들을 가장 괴롭혔던 건 악성 댓글이었다. 주민을 자처하는 일부가 온라인 육아카페 등을 쫓아다니며 괴롭혔다. 장씨는 “‘순수한 집단이 맞느냐. 정치적 배후가 있는 것 아니냐’ 하는 댓글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유치원을 열어도 당신 아이들은 눈총 받으며 다녀야 할 것’이라는, 아이를 겨냥한 협박을 들으니 폭발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당초 교육 당국이 사용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 했던 인근 초등학교 놀이시설도 교장이 학부모 반대를 이유로 사용을 거부하면서 실내 놀이터를 마련해야 했다. 이 때문에 당초 계획한 5개반에서 1개를 줄여야 했다.

협동조합 학부모들이 유치원 설립인가 신청을 제출하는 29일은 20대 국회 본회의가 열리는 날이다. 이들은 지난해 내내 싸워내 패스트트랙에 올린 ‘유치원 3법’이 사실상 무력화될까봐 걱정에 휩싸여 있다. 장씨는 “처음부터 유치원 3법만 제대로 통과됐어도 이렇게 힘든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됐을 것”이라면서 “제발 아이들을 위한 법안을 정쟁의 수단으로 삼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